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2019)

필름 코멘트2020. 2. 18. 13:16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ART2관


   으르렁거리는 엔진의 떨림은 묘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그건 어딘가 새겨져 있을 정복에 대한 유전적 요인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길들이기 어려울수록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2019)"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영화는 실제 1960년대 포드와 페라리의 레이싱 경쟁을 바탕에 두고 있다. 속도감 있는 레이싱 연출, 자동차와 경주에 열정을 쏟는 사람들의 휴머니티와 드라마 그리고 그걸 탁월하게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음악과 효과음은 영화에 잘 스며들어있어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레이싱 영화 중에서 음악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 2017)"가 그런 이유로 생각났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음악에 대한 두 작품의 관점은 결이 다르다. "베이비 드라이버"가 뮤직비디오에 가깝다면 "포드 V 페라리"는 'Original Film Soundtrack'이라는 용어에 충실한다. 물론 두 영화 모두 음악 효과가 좋기 때문에 서로 다른 관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포드 V 페라리'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영화가 '포디즘'을 심도 있게 다루는 것도 아니고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 구도를 다룬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켄'과 '셸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레이싱에 대한 꿈과 그걸 이루어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 교차하는 인물들의 무수한 감정선을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제목이 영화의 모든 걸 함축적으로 다룰 순 없겠지만 자동차에 관심 없는 관객에게 이 제목은 부적절하다. 오히려 GO LIKE HELL-'미친 듯이 달려'로 번역된 원전의 제목-이 더 낫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