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2019)

필름 코멘트2020. 2. 18. 18:50

CGV용산아이파크몰 1관 [올레드관, Laser]


   인생은 - 안타깝게도 - 누구에게나 고되고 혹독하다. 누군가의 삶이 상대적으론 나아 보일 수 있어도 개인이 감당하는 삶의 무게는 모두에게 절대적이다. 그러니까 삶은 어쩌면 견디고 다투는 일들의 반복이고 영화는 네 자매를 통해 이런 인생을 걷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각자 현실에 대한 무력감, 순응 - 예컨대, 육아에 지친 메그, 적당한 가격에 팔리는 소설을 쓰는 데 만족하는 조 등 - 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론 누구에게나 그렇듯 이들 삶에도 반짝이던 시기가 있었고 영화는 이걸 색감의 변화를 통해 구분 짓는다. 흥미로운 건 이게 과거와 현재만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원작을 몰라서인지) 마지막에 가서는 다소 구분이 안 된다. 이게 의도적인 연출이라면 어느 정도에서 이상과 현실이 겹쳐지는 지점 그래서 반짝이던 시절만큼이나 만족스러운 현재의 삶을 말하고자 한 부분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들이 삶을 견디고 나아가는 데는 그들의 가족이 많은 역할을 하는데 자매들이나 그들의 부모만이 아니라 존을 포함한 로렌스 가(家)의 사람들 그리고 프리드리히까지 가족이 되어가며 인생을 지탱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의 이야기가 책으로 제본되어가는 장면과 학교가 된 고모의 집에서 이들이 한 장소로 모이는 장면이 교차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데 이게 그런 점을 확실히 했다고 본다. 그러니까 하나의 책(인생, 이상 등)은 글 혹은 이야기(가족, 사람)가 있어야 하고 그게 각자의 자리를 튼튼하게 지켜줄 때 비로소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다.

   <작은 아씨들>은 배경이나 의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다. 거기에 그레타 거윅만의 유머와 시선이 담겨 있다. 그건 전반적으로 사람에 대한 따듯한 호의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관객에게 이런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