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2021)

필름 코멘트2021. 10. 21. 22:03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이하 라스트 듀얼)는 '결투 재판'을 통해 진실을 찾아 가는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 이유로 영화 <라쇼몽 (1950)>이 구축한 '상대적 진실' 즉, 하나의 진실은 각자 시각에서 다르게 읽힌다는 방법론을 채택한 것으로 오독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의 1, 2장은 각각 '장'과 '자크'의 '상대적 진실'을 논한다. 그래서 2장 중간까진 필요해 보였던 '마르그리트의 진실'이 2장 마지막에선 '그럴 필요가 있나?'로 바뀌게 된다. 피에르 백작이 말했 듯 '뉘앙스'가 어떻든 '자크'는 '장'의 아내를 범했고 그로 인해 '결투 재판'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굳이 3장을 연다. 그것도 '진실' 이라는 부제를 붙여서. '마르그리트의 진실'이자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진실'이 바로 3장의 이야기다. 그녀는 자신을 처음부터 '씨암말' 취급하던 '장'에게 '부인'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지주'가 전쟁으로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안주인'으로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불행은 그녀를 피해가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지금까지 지켜왔던 '명예'가 훼손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기로 했고 그로 인해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랐다.

 

   이야기는 시작이자 끝의 무대인 '결투장'으로 돌아온다. '장'과 '자크'의 (말그대로)혈투는 화려한 카메라 워킹 없이도 긴장감을 이어갔고 이를 훌륭히 해낸 '맷 데이먼'과 '애덤 드라이버'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 결투장에서 목숨을 건 사람은 그들만이 아니다. '마르그리트'도 그 결투장에 있었다. 영화는 이를 통해 '라스트 듀얼'이 '장'과 '자크'가 아닌 '마르그리트'와 '사회'의 대결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녀가 원한 것은 '정의'가 '진실'을 밝혀 (누구도 아닌) 자신의 '명예'를 복원해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정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너무나 폭력적이었다.

 

1. 재판관들은 물론 남편인 '장'과 가장 친한 친구도 그녀의 순수성을 의심한다.

2. 결투장은 진실과는 상관 없이 모두 누군가의 '죽음'만을 바란다.

3. 또한 '결투 재판'의 결과 역시 그녀의 '명예'를 회복해주진 못한다.

 

   '자크'의 승리는 그녀의 증언을 거짓으로 만들 것이고 '장'의 승리는 '카르주' 가문의 명예 만을 빛낼 것이기 때문이다. '장'의 승리를 전혀 기뻐하지 않는 '마르그리트'의 표정과 돌아가는 말 위에서의 넋이 나간 듯한 연출은 겁탈 이후의 모습과 겹쳐보이며 그녀의 '명예'가 그 이후로 조금도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라스트 듀얼>은 '결투 재판'을 통해 '정의'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그로 인해 '명예'가 실추된 여인의 '진실'을 보여주는 영화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저울만 들고 있지 않다. 그녀의 다른 손은 칼을 쥐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은 때론 너무 폭력적이며 냉혹하기까지 하다.

 

사족 1. 리뷰를 적으며 양심 고백 등 진실을 말하는 일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족 2. 영상이 끝나고 '장'의 죽음 이후에도 30여년 간 '재혼'하지 않았다는 문구에서 '사랑'에 대한 환멸과 그로 인해 그녀는 끝까지 본인의 명예를 지키며 살아간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