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필름 코멘트2020. 2. 8. 03:46

CGV용산아이파크몰 16관 [어서옥션관]


   짜임새 있는 플롯과 그걸 끌고 가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적절한 길목마다 서스펜스를 배치해두고 관객이 그 지점을 놓치지 않도록 성실히 안내한다. 눈길이 간 곳은 프렌이 할런의 살해 현장을 맞닥뜨렸을 때였다. 들고 있던 쟁반을 완전히 놓치지 않고 '젠장'이라는 대사와 함께 수습하는 장면인데 보통의 경우 물건을 완전히 떨어뜨리고 그걸 줌인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곤 한다. 전형 혹은 클리셰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원래 그런 부류의 영화, 예컨대 클리셰를 비트는 영화를 잘 만든다. 그러나 클리셰라는 뻔하지만 이미 검증된 재미 요소를 버리면서도 영화는 무언가 납득할만할 것을 남겨야 한다. 어쩌면 그걸 피한다는 건 의외로 큰 모험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재밌다. 그걸 부정할 길이 없다. 후속작 발표가 벌써 나왔다는 걸 이에 대한 방증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극 후반은 원래 템포보다 빠르게 진행되는데 뭐랄까? 딱 들어맞는 결말이지만 납득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의 표현을 빌어보자면, 도넛의 구멍은 이미 채워졌는데 그게 어떤 식이었는지 깨닫기 위한 결정적 한 단계를 아직 발견 못 한 상태로 영화는 이미 결말에 와있던 것이다. 뭐 정신 차리고 영화를 복기하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